조각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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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알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곤 우리 둘 뿐. 썩 행복하진 않지만 남아 있는 사람이 나, 그리고 공룡이라는 것은 위안이 갔다.

 매일 아침, 각별과 공룡은 보잘것없는 기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두 명이 겨우 잘 수 있는 넓이만 확보한 이 곳은 비좁기 짝이 없었다.

 언젠가 이곳을 벗어날 생각도 해 보았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 자는 도중에도 좀비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건 좋은 경험이 아니지만 바깥은 상황이 더 처참하다는 걸 알기에 함부로 기지를 떠날 수 없다.

 웬일인지 오늘은 공룡이 일찍 일어났다.

 “각님.”

 각님은 그가 나를 부를 때 사용했던, 그래, 아주 예전에 쓰던 애칭 중 하나이다. 지금 떠올리려니 기억도 잘 나질 않았다. 그런 표현을 지금 사용한다는 건 이상해 보이지만 그의 목소리가 워낙 낮게 깔려 있었기에 잠시 맞받아쳐주기로 결심했다. 물론, 잊어버리진 않았다.

 “공. 무슨 일이야.”

 “저기 소리 들려요? 좀비들이 다가오고 있나 봐요…….”

 “항상 있는 일이잖아. 투정은.”

 “……왠지 오늘은 다를 겉 같단 말이에요.”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다.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달리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밖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궁금했지만, 특별한 목적 없이 외부로 나가는 건 너무 위험했다.

 “공룡, 상황이 좀 이상한 건 알고 있지만 여길 떠날 순 없어. 너도 좀 이해해 주길 바라.”

 “……누가 나가자고 했어요?”

 아차, 분명한 내 실수였다. 과대해석이었을까.

 그는 조금씩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우울증이 왔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공룡은 말을 다시 이어 오기 시작했다.

 “하여튼 각님은 절 이해하질 못해요. 이상한 말만 지껄이질 않나.”

 “…….”

 그는 살짝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의 상태가 곧 나아지기를 기도하면서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바람이 불어 기지가 흔들렸다. 오늘따라 바깥은 더 초라해 보인다. 둘 사이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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